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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그네스는 내게 여러 생각과 감정을 일으켰다. 나는 기독교 모태신앙인이다. 평생 기독교 사상으로 살았다. 신에 대한 신앙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기도와 말씀 읽기,, 교회에서 봉사, 헌금, 순결, 하나님의 절대적인 축복에 대한 믿음.... 이런 것이 나의 삶이었다.. 다른 사상은 다 하찮은 것이고, 성경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 최고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러다가 나이 40 즈음에 기독교가 제대로 된 종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즈음에 타락한 교회가 내 눈에 들어왔고, 차츰 나의 신앙에 회의가 들게 되었다. 나는 기독교에 속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부터 갈등하기 시작했다. 십일조를 끊었고, 교회의 봉사도 하기 싫어졌다. 내가 하는 이 행위가 교회의 목사를 배부르게  하고 목사를 타락시키는데 일조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지난 날이 헛된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기독교 신앙을 아주 부정하지는 못했다. 나의 뼛속깊이 새겨진 종교적 생각과 습관은 하루아침에 없던 것으로 하기에는 너무 깊게 박혀 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거리를 두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도 타락한 교회와 기독교의 편협한 시각은 정말이지 싫다. 하지만, 신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나는 신은 있다고 믿는다. 다만, 내가 믿는 신의 이름이 하나님이지만, 알라와 부처, 이슬람, 힌두교, 이름 모를 신들, 조상신....이런 모든 신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신의 이름은 사랑이다. 사랑한다면 신을 섬기는 시간이다. 나는 신을 그렇게 정의 내렸다.

 

수도원
수도원

 

 

신의 아그네스에서 신은 순수한 아그네스를 병들게 했다. 아그네스는 수녀원에서 신을 섬기며 살았지만, 그녀는 다만 정신병자에 불과하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아무 가책 없이 죽여버렸다. 신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그녀를 살인자로 만들었다. 그녀가 감옥에 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수녀원을 감옥처럼 사는 삶을 살게 된다.

 

신을 맹목적으로 섬기는 사람은 아그네스와 같다.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신의 뜻에 따라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 수녀원에서 선배들이 시키는 일을 하며 계율을 지키며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그녀가 만약 수도원이 아니라 세상에서 살았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그네스에게 신은 너무 가혹했다. 그녀는 순수한 신앙을 지켰을 뿐인데, 그녀에게 강제 임신이 되었다. 그녀가 아기를 죽였다는 것은 원치 않는 아기라는 것이다. 즉, 사랑한 사람의 아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누군가 그녀를 강간했을 것이다. 그녀는 신을 원망했다. 신이 그녀에게 강제 임신을 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신이 그렇게 했으니 아기를 신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기를 죽여서 신에게 돌려보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죽이는 일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녀가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신에 대한 반항이다. 그녀가 아무리 수녀원에서 거룩한 노래를 부른 들 그녀는 신에게서도 버림받은 여인이다. 그래서 그녀는 불행한 여자이다.

 

정말 아그네스에게 신은 어떤 존재인가? 아기를 죽이고 아름다운 노래를 바칠 그런 존재인가? 정말 모르겠다. 아그네스는 신을 섬겨서 정말 불행에 빠진 여인이다. 애초에 수도원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수녀가 되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자신의 아기를 죽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신의 아그네스를 읽고 신을 너무 깊게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지난 날의 신앙생활이 너무 많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제대로 세상에서 살 기회를 앗아간 시간이었다. 신앙생활을 할 때는 좋지만,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정말 시간만 낭비한 세월이다. 

 

신을 섬기는 데에도 적당한 이성이 필요하고, 신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신에게 나의 모든 것을 의지하면 점점 나의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신의 뜻에 맡겨버리게 된다. 이것은 삶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게 하고 늘 신의 뒤에 숨는 행위가 된다. 종교에 몰두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신은 신으로서 일을 할 것이고,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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