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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통화하면서 깨닫습니다.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처럼 느껴지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진심으로 축하해주면서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는 슬픔은 대체 뭘까요?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

 

친구는 자기 부부가 느꼈던 어제의 감정에 대해 말했다. 우린 자주 통화를 하기에 거의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로 우린 아마 다른 사람보다 서로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

 

친구의 남편의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남편의 동생은 자랑스럽게 딸이 좋은 곳에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친구의 남편은 동생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얼굴은 어두웠다. 자기 자식을 생각하면 마음이 힘들다. 아직 친구의 자식들은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모양대로 사는 삶이라고 애써 자신을 추스르지만, 어쩐지 동생네의 기쁜 소식이 자신의 처지를 일깨워준다. 여기저기 자식 자랑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지만, 들려줄 기쁜 소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친구의 남편은 잠시 우울해진다. 아무리 마음으로 괜찮다고 한들 남의 집 자식의 잘되는 소식이 부럽기만 하다.

 

나도 남들에게 이런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은데.... 우리 아이들에겐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친구의 부부는 어젯저녁 내내 마음이 슬펐다. 동생네가 잘되었는데, 나는 슬프다. 남의 행복이 왜 나에게 불행한 마음을 주는가?

 

정말 싫다. 이런 마음.  동생네가 잘되어서 나도 기쁘고 편안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괜히 잘살고 있는 자식들만 탓하게 된다. 너희들도 나의 자랑이 되어다오....

 

인간의 마음이 이렇게 남이 잘되도 슬프고 남이 못되면 나는 안도한다. 남이 안 되는 것에 같이 슬퍼해야 마땅한데도,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은 것에 안도한다. 때로는 슬쩍 기쁘기까지 하다. 정말 못됐다. 그럼에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남의 행복에 진실로 기뻐하고 나도 흐뭇해해야 진정한 인간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리 마음이 연약하다. 정말이지 연약하고 나쁘다. 하지만 그게 솔직한 마음인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다. 아는 사람이 잘되었을 때, 슬그머니 나의 처지가 생각난다. 그리고 마음이 슬프고 괴로워진다. 친구나 나나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린 타인의 행복으로 상대적 불행을 느낀다. 타인의 모습으로 나의 행복과 불행이 갈린다. 

 

이렇게 흔들리며 산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하기 바라지만 내 마음 어느새 흔들리고 있다. 특히, 친한 사람의 행복한 모습에 나는 더 초라해진다. 이것이 나의 모습이다.

 

친구와는 허물없이 위로하며 이야기를 했다.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지난주 친구 딸의 결혼식을 다녀오고 우리 부부도 잠시 어두웠다. 그 친구 딸의 결혼이 마치 그 친구가 성공한 인생을 사는 듯해 보였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 돼버렸다. 

 

흔들린다. 자주 흔들린다. 마음이.... 고요하게 고요하게 살려고 마음먹지만, 아직 나의 마음은 수양이 덜 되었나 보다. 타인의 행복으로 나 자신을 몰아붙인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그들의 행복에 기꺼이 축하를 보내고 나도 평안하면 좋겠다. 나 자신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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