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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를 읽고 남편과 어려운 대화를 하다


폭풍과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어제 우리는 아주 어려운 대화를 했다. 남편과 마주 앉아 지난날의 상처에 대해 말했다. 평소와 같이 이른 저녁을 먹고 한 시간 산책을 다녀왔다. 산책하는 내내 오늘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 걸으면서도 불쑥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참았다. 탁 트인 공간에서 하기에는 집중력이 떨어질 것 같아서였다.

집에 돌아와서 남편은 커피를 끓였다. 아마 남편은 평소처럼 드라마를 보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드라마 보기 전에 10분만 이야기하자고 했다.

나는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집의 근원적인 문제, 아이들과의 화해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된 데에는 오은영의 화해를 읽고 뭔가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과 이젠 잘 지내야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 부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은영의 화해를 읽고 아이들의 상처와 고통에 대해 생각하다.


우리 아이들이 심하게 우리를 원망하며 울었다. 몇 달 전 만났을 때, 아이들은 그들이 우리들에게 받은 상처에 대해 말했다. 나에 대한 상처도 있지만, 아빠에 대한 원망이 컸다. 아빠가 어린 시절에 너무 화를 내어서 힘들었다는 것이다.



남편은 평소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젠틀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가끔 화를 벌컥벌컥 내었다. 별거 아닌 문제로 화를 내었다. 그가 화를 낼 때, 아이들과 나는 숨을 죽였다. 그가 너무 무서웠다. 나는 그가 화가 난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꼼짝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가 화를 낼 때,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성을 잃은 사람에게 뭐라고 잔소리를 하는 것은 불이 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그의 화가 지나가기를 기다렸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물론 아이들을 챙길 겨를도 없었다. 나는 나의 고통과 두려움에만 빠져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고통을 받고 있었다. 난 아이들이 힘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힘들었을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그 정도는 어느 가정이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그때의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들이 그 순간 얼마나 공포스러웠으며 힘들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제 나도 그때를 생각해보았다. 나도 남편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었는데, 저 조그마한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마 어른인 나 보다 몇백 배 더 힘들었을 것이다.

오은영의 화해를 읽고 깨달았다. 아빠가 화를 내어 아이들이 두려워할 때, 엄마는 아이들을 지켜줘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어줘야 한다. 아이들을 안아주고, 너희들에게 엄마가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빠는 무섭지만, 엄마는 우리를 지켜주는구나 하고 안심한다.



나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믿음을 줬어야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엄마는 너희들을 보호하고 지켜줄 거야....라는. 하지만, 난 그렇게 못했다. 아이들을 생각조차 못하고 나 또한 화를 참으며 두려움에 빠져 나를 지키기에 급급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상처받고 힘들었다. 내가 그때, 어른으로의 역할을 했으면, 아이들이 덜 고통스러웠을 텐데 아쉽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난 용기를 내어서 남편에게 소리치리라. 그만하라고. 제발 그만 화를 내라고. 그리고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싶다. 너희들에게는 엄마가 있고, 엄마는 용감하다고, 그리고 절대로 너희를 내버려 두지 않고 지켜주겠다고.

하지만, 그런 세월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난 정말 그래서 괴롭다. 지금의 아이들을 위로할 방법을 찾고 싶다. 아이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의 문을 열어주면 좋으련만, 그건 나의 욕심이다. 거저 용서받으려는 마음이다.

자녀들에게 용서받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부모도 잘못을 하면 자녀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고 용서받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모를 미워하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그들의 마음에 그늘이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를 용서하고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그때가 빨리 오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화해하기 위해.

오은영의 화해를 읽고 아이들을 이해하길 바란다

 


남편에게 오은영의 화해를 읽어보라 권했다. 그도 이런 책을 읽고 아이들의 상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랐다. 처음에 그는 거부했다. 너무 힘든 자신의 잘못을 들여다보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같이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는 이 책이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에게도 이 책을 읽어보라 한 것이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아이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우리의 어떤 면 때문에 힘들었는지를. 왜 아이들이 우리의 사과를 받지 않는지,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지를.



어떤 작은 노력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아이들과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과 둘러앉아 맛있는 것을 먹으며 깔깔대고 웃고,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지냈던 지난날들이 그립다. 어서 빨리 그때로 돌아가고픈 심정이다. 이렇게 날도 좋은데 같이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우린 지금 서먹서먹하다. 지난날의 아픔이 들춰지고 우리 부부는 지난날의 잘못으로 괴롭고, 아이들은 그때의 상처가 생각나서 괴롭다.

남편이 책을 들었다. 그는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생각할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는 그의 방식대로 아이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을 이해하라고 권한 책이다.

조금이라도 상처받은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는 오은영의 화해를 읽고 아이들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잘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이런 것들이 아이들을 깊이 이해하고 화해하는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아빠와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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