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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읽었다. 이 책은 1883년에 출간되었는데, 모파상의 나이는 33세였다. 젊은 남자 모파상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쓴 이 소설은 당대뿐 아니라, 지금까지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주인공 잔느가 결혼을 하고 그녀에게 닥치는 불행이 여자의 일생이다.


여자의 일생
여자의 일생-책

 

여자의 일생 - 결혼이란

 

잔느는 수도원에 딸려있는 여학교를 나와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이 집으로 향한다. 그녀는 앞으로 있을 생의 경험들에 마음이 들떠있다. 거칠 것 없는 자유로운 자신의 삶을 마음껏 향유하고 싶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잔느는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기대에 차서 집으로 온다.

 

그녀의 아버지는 남작이다. 그시절 말하자면 귀족의 가문이고, 넓은 토지를 가지고 있는 꽤 잘 사는 집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늘 다정하고 어머니 또한 딸을 무척 아끼고 사랑한다. 이렇게 유복하고 사랑받으며 사는 외동딸, 잔느는 무척 행복하다.

 

어느 날, 잘생긴 줄리앙이 등장한다. 줄리앙은 먼저 잔느의 부모에게 친절했다. 그녀의 어머니와 산책을 같이 하며 환심을 사고, 그녀의 아버지에게도 언제나 신사답다. 잔느의 부모와 친해지고 집을 방문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잔느 또한 그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한다.

 

잔느의 부모님은 줄리앙과 잔느가 결혼하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그녀가 멀리 결혼해서 그들을 떠나기보다는 줄리앙이 그 집으로 들어와서 살기를 바란다. 그러면 사랑하는 딸을 계속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잔느도 잘생긴 줄리앙이 싫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결혼한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얼마 안있어 줄리앙은 예전 같지 않다. 결혼 전엔 그래도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는데, 이젠 그저 돈에 집착하는 한 남자가 되었다. 그래서 무조건 아끼고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 그 집에 들어와 경제권을 쥐고 더 이상 그 집의 여유로운 지출은 없다. 잔느는 돈이란 쓰는 것이고, 여유 있게 쓰는 것이 품위 있는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줄리앙은 그녀를 무섭게 통제한다. 그녀는 그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어서 그의 뜻대로 맞추어서 산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그 집의 하녀 로잘리가 잔느 앞에서 아이를 낳는다. 잔느는 너무 놀랍고 당황스럽다. 대체 누구의 아이인가?  로잘리는 잔느 앞에서 눈물만 흘릴 뿐 대답을 안 한다.  그 시절 하녀들이 아이를 낳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잔느는 이 일의 전말을 알아야겠다. 급기야 신부까지 불러와서 로잘리를 추궁한다. 하녀는 마침내 줄리앙의 아이라고 말한다.

 

행복하고 깨끗한 삶을 동경했던 잔느는 기가 막힌다. 그녀는 추운 겨울에 겉옷도 걸치지 않고 집을 뛰쳐나가 바닷가 절벽에 다다른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이 어둡고 무서운 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슬픈 모습이 떠올라 차마 죽지 못한다.

 

잔느는 로잘리에게 언제부터 이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 로잘리는 줄리앙이 이 집에 처음 온 날부터였다고 말한다. 줄리앙은 로잘리의 육체를 탐하면서 잔느와 결혼을 진행한 것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도 끊임없이 로잘리와 잠을 잤다. 처음부터 방탕한 인간말종을 남편으로 맞이한 것이다.

 

결혼 후 그녀는 처녀시절의 기대와 흥분, 기쁨, 삶에 대한 긍정.... 이런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바람이나 피우고 그녀 집안의 모든 경제권을 빼앗아간 남편을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 더욱이 로잘리가 아이를 낳았을 때, 뻔뻔하게 자신의 체면만 생각하며, 로잘리와 아이를 외면하는 지독한 이기적인 모습은 치가 떨린다.

 

인생을 뒤로 돌릴 수 있다면, 결혼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시절 그녀는 얼마나 활기차고 사랑스럽고 생을 긍정하며 살았던가? 이제는 남편에게 귀속되어 그의 폭력에 그저 묵묵히 참아내며 생을 이어가고 있다. 배신의 고통을 참으며 하루하루를 견디며 사는 것이다. 

 

 

요즘 세대는 그래도 자신의 외도가 들통이 나면 미안하다고 말이라도 한다. 하지만, 그 시절 줄리앙이라는 남자는 오히려 너무 뻔뻔하다. 자신의 이야기가 온 마을에 퍼질 것만 두려워해서, 로잘리에게 주는 돈도 못주게 한다. 하녀가 임신을 했으니, 마을의 청년을 물색해서 그녀를 시집보내려고 잔느의 아버지는 애쓴다. 그래도 자신의 아이를 낳은 사람이고, 그 아이는 자신의 핏줄인데, 전혀 책임감이나 일말의 양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잔느는 이런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랑 결혼했단 말인가?

 

그래도 한편으로 잔느에게 다행인 것은 생계를 걱정하는 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여자의 일생을 생각하면, 남자의 외도는 물론이거니와 남은 아이들을 책임지고 길러야 하는 세월이 있다. 가난한 살림을 꾸리면서 살아내는 여자의 일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잔느는 부모 복은 있어서 생계를 걱정하며 일터로 나가야 되는 일은 없었다. 그녀가 고통가운데 살았지만 그래도 이 부분은 다행이다 싶다.

 

줄리앙은 하녀를 임신시키고 다음엔 제대로 살았는가, 아니다. 그는 그의 본성대로 그 마을에 사는 백작의 부인과 또 바람을 피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잔느는 참고 그대로 산다. 처음 외도를 알았을 때는 온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슬픔을 겪었지만, 그녀는 줄리앙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그래도 덜 괴롭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 폴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을 포기하고 대신 아들 폴을 사랑의 대상으로 정한다. 아들은 자기에게 절대로 배신을 하지 않을 존재로 생각하며 그녀의 모든 사랑을 바친다. 하지만, 자식은 언제나 부모를 배신한다. 폴은 자라고 성인이 되어 타락하고 그녀는 또다시 생의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믿었던 자식이 배신을 할 때, 부모는 더 마음이 아프다. 남편은 남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식은 온전한 자신의 핏줄이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지만, 아들은 그녀의 사랑을 약점으로 생각한다. 그 아비의 피를 물려받아서인가, 아들도 똑같이 방탕한 생활로 잔느를 불행에 빠뜨린다.

 


 

여자의 일생은 남편과 자식에게 휘둘리는 이야기다. 삶의 근간이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타인에게 의존해서 행복과 불행이 갈린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자가 결혼을 하면, 남편이나 자식이 생긴다. 여자는 결혼으로 인해서 여자의 일생, 즉 끊임없이 남편과 자식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게 된다. 

 

만약, 여자에게  결혼이란 것이 없다면 좀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대부분의 여자는 결혼을 사랑의 완성이나 사랑의 최고 순간이라 생각하며 결혼을 한다. 하지만, 결혼은 여자를 배신한다. 결혼은 결코 그녀가 원하는 달콤한 사랑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달콤한 사랑을 원하지만, 쓰디쓴 배신의 잔을 마시게 된다.

 

그렇다고 결혼을 안하고 살라고 할 수는 없다. 여자도 결혼을 통해서 삶의 다른 부분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결혼을 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주체적이고 자립적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예전엔 너무 남편에게 의존적이고 예속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요즘은 그 시대보다는 여성의 지위가 많이 달라졌다.  여자는 결혼을 통해 남자를 의존하기보다는, 삶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을 가지고 산다면, 잔느 보다는 좀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자의 일생은 지금도 계속된다. 어쩌면 세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여자에게 남편과 자식은 너무 큰 존재이니까. 여자는 결혼하면 여자의 일생을 살게 된다. 만약, 결혼을 안 하면 인간의 일생을 살게 될 것이다.

 

모든 결혼한 여성이 이렇게 불행한 잔느와 같은 삶을 살지는 않지만, 남편과 자식의 사랑을 갈구하는 일 만큼은 똑같다. 그래서 결혼한 여자의 일생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남편과 자식은 그녀가 기대했던 것만큼 많은 사랑으로 채워주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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