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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은 보불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소설을 썼다. 비계덩어리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귀족과 부자, 종교인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인간인지 잘 나타나있는 소설이다.

 

모파상의 중편소설 비계덩어리 줄거리와 소감

 

보불전쟁에 패한 프랑스 루앙엔 프러시아 군이 점령하고 있다. 시민들은 점령군의 행태에 치가 떨리고 빨리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다. 그중, 돈 있는 몇몇은 점령군과 친교를 맺어 여행허가서를 얻게 된다.

 

추운 겨울 눈이 내리는 새벽, 여행허가서를 얻은 10명이 마차를 타고 루앙을 떠나고 있다. 마차 안에는 포도주 도매상을 크게 하는 루와조 부부, 방직 공장의 거부 카레 라마동 부부,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위베르 드 브레빌 백작부부, 공화파 민주주의자 코르뉴데, 수녀 두 명, 불 드 쉬프 즉 비계덩어리라는 별명을 가진 창녀 엘리자베스 루새가 타고 있다.

 

비계덩어리 창녀는 희고 매끄러운 피부에 까만 눈을 가진 뚱뚱한 여자다. 그녀가 뚱뚱해서 비계덩어리란 별명이 붙었나보다.

 

돈 많은 세 부부는 창녀를 은근히 비하하고 깔보면서, 공화파 민주주의자 코르뉴데에게는 조심하는 눈치다.두 수녀는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있다. 비계덩어리 창녀는 그들의 조롱에 아랑곳하지않고 꼿꼿한 자세다.

 

그들은 프러시아 점령군을 피해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프랑스령인 르아브르항으로 가는 중이다. 몹시도 춥고 길도 얼어서 마차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점심이 되어 배가 고픈데, 그들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엔 한참 못 미쳤다. 아무리 돌아봐도 제대로 음식을 파는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점점 허기에 지쳐가고 있는데, 유일하게 음식을 준비해온 사람은 비계덩어리 창녀였다.

 

 

빵과고기,포도주
빵과고기,포도주

 

 

 

그녀는 한 바구니 가득 가져온 각종 고기와 포도주로 식사를 시작하자, 그동안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며 수군대던 그들은 창녀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다.  급기야 그중 한 여자가 허기로 실신을 하자, 창녀는 자신의 음식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그들은 음식을 받자마자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드디어 그들이 묵을 숙소 토트에 도착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쉬고 다음날 떠나려고 하는 데, 마부가 보이지 않는다. 알아보니, 그곳을 점령한 프러시아 장교가 창녀와 하룻밤을 요구하며 그들이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비계덩어리 창녀는 자신이 창녀의 일을 했지만, 조국을 침략한 프러시아 장교에게 자신을 내줄 수 없다. 그녀는 사실, 침략자들을 죽이려다가 탈출했기 때문에 완강했다. 

 

처음, 그들은 침략자들의 무례한 요구에 분개하며, 창녀를 옹호하며 지지했다. 아무리 침략자라도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한시라도 빨리 그곳을 떠나고픈 생각뿐이었다.

 

그들은 이제 머리를 짜냈다. 어떻게 하면 창녀를 설득해서 장교의 요구를 들어주고 이곳을 떠날 수 있는지. 그래서 그들은 일부러 그녀 앞에서 말하기 시작했다. 

 

자기 몸을 버려 나라를 구한 여자들, 좀 추악하다 해도 의도가 선하면 보상을 받았던 성인들의 행적.... 이런 이야기로 창녀를 설득했다. 또한 수녀들 마저 자기들이 늦게 가게 되면, 프랑스 병사를 돌볼 기회를 잃어서 병사들이 죽을 거라고 창녀를 은근히 부추겼다.

 

창녀는 점점 자신이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마치 자기 때문에 이들이 이곳에 묶여 있다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마침내, 비계덩어리 창녀는 장교에게 몸을 허락했고, 그들은 다음날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창녀는 몹시도 자존심이 상하고 비참했다. 그들은 그런 창녀를 모른 체하면서 누구도 그녀와 말하기를 꺼려하며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또다시, 식사 때가 되고, 그들은 미리 준비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창녀는 장교의 일로 미처 음식을 준비하지 못했다. 며칠 전 창녀가 자신의 음식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는데도, 그들은 창녀에게 아무런 음식을 나눠주지 않았다.

 

창녀는 더러운 꼬임에 넘어가 애국심을 버리고, 적군에게 몸을 더럽힌 모멸감에 너무도 비참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수치와 분노의 눈물이 흐르고, 민주주의자 코르뉴데는 그들의 뻔뻔한 행태를 조롱하듯 프랑스의 국가를 부른다.

 

조국에 대한 성스러운 사랑이여,

인도하라, 떠받치라, 복수하는 우리 팔을,

자유, 사랑하는 자유여,

그대들의 수호자와 함께 싸우라!

 

그들은 이 노래가 너무 싫었다. 그들에게 들어보라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코르뉴데는 적막한 마차 안에서 반복해서 이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진저리 치게 이 노래가 싫었지만, 계속해서 이  노래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볼 드 쉬프, 비계덩어리 창녀는 여전히 울고만 있었다.

 

 

비계덩어리를 읽고....

 

 

창녀는 조국 프랑스를 사랑했다. 프러시아군이 들어와 포학을 행하고, 무례하게 시민을 억압하는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래서 그들을 죽이려고 했다. 이런 일이 발각되어 그녀는 루앙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부유한 자들은 자신의 부를 안전한 곳에 옮기기 위해 그곳을 떠나기로 했다. 수녀는 거룩한 사명을 하기 위해 마차에 올랐다.

 

제각기 그들은 나름의 이유로 마차를 대절하고, 여행허가서를 얻어서 안전한 프랑스령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여행 도중 숙소에서 프러시아 장교가 창녀와의 하룻밤을 요구해서 그곳을 떠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들은 당연히 창녀가 장교와 잠자리를 하길 바랐다. 그래야 빨리 떠날 수 있으니까. 창녀는 원래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니,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창녀가 완강히 거부하자 그들은 그녀를 설득했다. 

 

온갖 감언이설로 그녀가 장교의 청을 들어주는 것은 위대한 애국이고, 거룩한 일이라고 설득했다. 아무리 더러운 일이라도 의도가 선하면 괜찮다는 논리이다.

 

두 수녀마저도 자신들이 얼마나 거룩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러 가는지 피력했다. 다친 프랑스 병사를 살리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녀의 일은 너무 소중하고 거룩하기에 창녀가 빨리 장교의 수청을 들라는 말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비열한 일이다.

 

 

 

세상에서 제일 밑바닥 생활을 하는 창녀는 아무런 일을 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부자들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설득도 기가 막히지만, 수녀들마저 창녀를 이용하는 행태는 정말 구역질이 난다. 

 

창녀가 하기 싫다고 하는데, 은근히 에둘러 말하면서 그녀를 설득하고 압박하는 짓은 너무 비열하다. 철저하게 본인의 안위만 지키면 된다는 식이다. 

 

더군다나, 그들이 배고플 때, 자신의 음식을 아낌없이 나눠준 창녀에게, 장교의 수청을 드느라 미처 음식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자기들의 음식을 나눠주지 않고 자신들의 입에만 음식을 넣는 그들의 모습은 진정한  비계덩어리들 같다. 

 

수치스러워하는 창녀에게 위로의 말이나 감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 없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을 위해 고통의 시간을 지낸 창녀에게 빵 한 조각 나눠주지 않는 그들에게  품위는 간곳이 없다.

 

자신의 몸을 아무리 거룩하게 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수녀들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들을 구한 그녀에게 감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들은 그녀를 전염병이라도 옮은 사람처럼 멀리한다. 

 

정말 이 소설은 가진 자, 배운자, 거룩한 자들이 실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저급하고, 위선적인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우리가 질시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더 고귀하고, 이타적이고, 거룩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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