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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가 청소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고등학교 때 이 소설을 읽었는데, 인생 후반에 다시 읽으니 새롭게 느껴진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어떤 소설일까?

 

수레바퀴 아래서(줄거리)

 

한스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영리하고 지적인 한스는 학교와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자랐다. 미래가 촉망되는 소년이다. 한스는 자신의 뛰어난 지적 능력을 알아차리고 은근히 뿌듯해하며 열심히 자신을 갈고닦았다. 공부를 못하는 또래 아이들을 은근히 내려다보면서 우월한 생각도 한다.

 

온 마을이 한스가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의 아버지는 속물근성의 중개인으로 이런 아들을 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한스는 엄마 없이 아버지와 일하는 안나 아줌마와 살고 있다. 따뜻한 엄마의 보살핌이 없지만, 한스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며 노력한다.

 

 

드디어 전국적으로 치뤄지는 주시험에서 한스는 2등으로 합격한다. 그는 이제 신학교에 입학한다. 그 당시 신학교는 나라에서 전부 지원해주는 기숙학교로 학문의 최고봉에 있는 대학 같은 곳이다. 그곳을 나오면 평생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높은 위치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신학교는 40여명의 아주 똑똑한 소년들이 입학했다. 고풍스럽게 꾸며진 교정과 자연환경이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다. 여러 곳에서 온 소년들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이다. 나름 다 영리하고 개성을 지닌 소년들은 저마다 호기심을 가지고 친구를 사귄다.

 

쓸쓸한 수레
쓸쓸한 수레

 

 

한스는 신학교에서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기로 한다. 교장도 한스를 좋게 여기고 많이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한스는 자유로운 영혼 하일러를 만난다. 하일러는 한스의 유일한 친구인데, 한스와는 정반대의 성향의 소유자이다. 그는 시를 짓고, 학교의 교육을 비판하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자 한다.

 

학교는 하일러와 같은 영특하고 재능 있는 아이는 싫어한다. 대부분의 교사는 한스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모범적인 학생을 최고로 여긴다. 그러기에 천재는 모두에게 지탄받는 대상이 된다. 하일러는 점점 자신의 재능을 실현하려고 자유롭게 살고, 그런 하일러를 교장과 모든 교사가 지탄하고, 마침내 하일러와 한스가 만나지도 못하게 금고령을 낸다.

 

딱딱하고 엄격하기 그지없는 신학교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주고받은 한스는 외롭다. 한스는 하일러의 영향을 받아서 점점 학업에 흥미를 잃어간다. 한스는 왜 이렇게 어려운 학문을 끝도 없이 외우고 공부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몇몇의 아이들이 신학교의 고된 학업과 규율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거나, 학교를 떠났다. 급기야 하일러 마저 학교를 떠나버렸다. 한스는 외로움에 몸서리가 쳐지고, 어떤 과목에도 흥이 나지 않는다. 그는 점점 머리가 아파오고 아무 의욕이 없는 우울증에 빠져버린다.

 

의사는 한스를 신경쇠약이라고 진단하고, 마침내 한스는 신학교를 나와 집으로 돌아온다. 한스의 아버지는 아들의 눈치를 보며 아들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그의 자랑이었던 아들이 이렇게 병이 들어 돌아와서 자존심이 무척 상했지만, 그래도 아들을 위해 속상한 마음을 꾹 참는다.

 

한스는 다시 돌아와서 생각한다. 예전엔,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이 있었다. 낚시하기, 수영, 이야기 듣기, 친구들과 놀기.... 이런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좋아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명예롭지 못하고, 그저 신학교를 마치지 못한 실패자일 뿐이다.

 

 

한스는 점점 자신이 초라해진다. 더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공부 잘하고 능력있는 한스는 이제 없다. 세상에 실패한 한스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다. 숲 속을 거닐며, 한스는 나무에 매어 자살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튼실한 나무를 찾아서 여기서 죽으리라는 생각을 하자, 삶이 조금 편해졌다. 죽기로 하면, 은근히 생의 욕구가 나타나는 법이니까.

 

가을이 되어 마을에 과일이 익어가고, 집집마다 과일즙을 짜는 일을 한다. 한스는 과일즙 짜는 것을 구경하고 때로는 일손을 거드는데, 처음 본 아가씨, 엠마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 한스는 최초로 새로운 감정과 만나게 된다. 그건 가슴을 사정없이 뛰게 하는 사랑의 감정이다.

 

이제 한스는 자나깨나 엠마 생각뿐이다. 한스는 밤에 엠마가 사는 집으로 가고, 엠마는 한스에게 키스한다. 이 사랑이 오래가면 좋으련만, 엠마는 다음날 떠난다. 엠마는 잠시 친척집에 놀러 온 사람이므로 자기 본가로 가버린 것이었다. 여기서 한스는 사랑의 쓰디쓴 배신을 맛보게 된다. 그저 자신은 엠마의 잠시 놀이 대상일 뿐 순수한 마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한스의 아버지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이 새로운 일을 하라고 압박한다. 시내에서 서기일을 배우든가, 공장의 수습공이 되든가 하라고 한다.

 

한스는 서류를 보는 일 보다, 몸으로 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공장의 수습공으로 나가게 된다. 어릴 적 친구는 이미 2년의 수습공을 지내고, 이번 주 주급을 받게 되었다. 그 친구가 주말에 첫 급료를 탄 기념으로 술을 마시자고 한스를 초대한다.

 

일요일에 한스는 친구를 만나 술을 진탕마신다. 저녁이 늦었는데도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한스의 아버지는 혼쭐을 내준다고 회초리를 준비하고 문을 잠가 버린다. 마음엔 한스가 어서 와서 문을 비틀기를 바라지만, 또 한 마음엔 그놈을 혼내주고 싶다. 

 

하지만, 다음 날 한스는 강가에 차가운 시체로 발견된다. 아들이 주검으로 돌아오자, 한스의 아버지는 슬그머니 회초리를 감춘다. 한스의 장례식에 구둣방 아저씨는 한스의 아버지에게 교장과 교사들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들이 한스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우리 모두가 한스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인생의 수레바퀴를 끌고 가지 못하고, 수레바퀴에 깔려 죽었다. 한스의 수레는 너무 무겁고 버거웠다.

 

이제 한스는 살아서 받아보지 못한 주목을 받았다. 죽어야만 사람들은 너그러워지고 예의를 다하기 때문이다. 서글픈 한 소년의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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