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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부모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아직 화가 나있다. 지난날 나에게 화를 낸 남편 때문에 난 아직 괴로워하고 있다. 어제 오은영의 화해라는 책은 지난날의 기억을 끄집어내 주었다. 나는 한참 동안 화가 나 있었다. 남편은 여느 때처럼 다정하게 말을 하는데 나는 그때의 기억으로 화가 났다.
결혼 전 남편과 연애하는 중에 딱 한 번 남편이 화를 낸 적이 있었다. 내 생각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버럭 화를 내었다. 그 모습이 아직 선명하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남편을 너무 사랑하는 때였고, 그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바로 남편이 사과를 해서 그냥 넘겨버렸다. 그때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결혼 후 간간이 화를 냈다. 뭔가 스트레스가 쌓이면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그때마다 난 상처를 받았고, 숨죽이며 지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낼 때는 정말 참담했다. 너무 힘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어제는 그런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화의 근원을 오은영의 화해를 보면서 다시 끄집어내게 되었다.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러 사연을 읽으면서 나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미어진다. 너무 괴롭고 속상하다.
남편이 나한테 화를 낸 것은 내가 소화하면 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더 크게 상처받고 힘들어했다. 이제 좀 크고 나니 아이들은 우리를 거부한다. 그 상처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같이 살 때는 부모를 두려워해서 참고 지내다가 성인이 되어서 독립을 하니, 그들이 더 이상 우리를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화내는 부모에게 받는 아이들의 상처
나는 내가 선택한 배우자로 인해 받은 상처지만, 아이들은 아무 잘못 없이 상처를 입었다. 아빠가 크게 화를 낼 때마다 공포와 두려움 가운데 지냈다.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내는 아빠의 화는 너무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화를 내고 조금 후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아이들에게 사과를 했다. 나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리 큰 상처가 되는 줄 몰랐다. 항상 사과를 했으니까. 그리고 때리거나 물리적인 폭력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아이들의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주 어린아이들이 큰 어른의 소리 지르며 화를 내는 순간은 공포의 순간이다. 공포를 자주 겪으면 어른에 대한 이미지가 공포로 다가온다. 그들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이다. 그들은 어른을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늘 심기를 건드리면 폭발하는 무서운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어릴 때 이런 공포의 경험은 생을 사는 내내 영향을 미친다. 그들이 어른들을 불편해하는 마음은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 아이들에게 신뢰할 만한 어른으로 처음 부모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어른 행세를 했다. 걷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곪을 대로 곪은 아이들의 마음을 보면 눈물만 나온다.
내가 진작 이런 책을 읽고 알았다면 나라도 이런 폭력에 항거했을 텐데, 나마저도 그 아이들의 방패가 되어주지 못했다. 정말 어리석었다. 나의 마음이 다친 것에만 집중하느라 그 순간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지 돌봐주지 못했다. 속이 상하다. 정말 속이 상하다. 그때 아이들에게 가서 아이들을 안아주고 다독여주었어야 하는데.... 아빠가 화를 내도 엄마는 너희들을 지킬 것이고, 너희들을 보호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었을 텐데....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상처받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남편에게 그렇게 화를 내지 말라고 싸우고 싶다. 왜 그렇게 화를 내냐고 야단치고 싶다. 나조차 그가 무서워 그렇게 소리치지 못하고, 겨우 하는 것이라곤 그가 정신이 돌아왔을 때, 대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매번 자기가 너무 잘못했고 다시는 화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또다시 화를 내었다.
이제 그도 나이 들었는지 예전처럼 불같이 화를 내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조금 깨달은 듯도 하다. 하지만, 아직 나는 그가 두렵다. 이 두려움은 길들여진 것이리라. 정말 오랜 세월 동안 그에게 받은 인상은 평소 누구보다 쾌활하고 다정하지만, 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언제라도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그는 나에게 그런 인상을 뿌리 깊게 심어놓은 것이다. 신뢰가 없는 것이다. 그가 어떤 상황에도 내게 화를 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편할 텐데....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여러 번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언제쯤 나를 용서해줄까? 또한 아빠를 용서해줄까? 나의 나머지 숙제는 아이들에게 용서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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